병원 데이터베이스를 열어보면 환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5천 명, 1만 명, 개원한 지 오래된 병원은 수만 명의 환자 정보가 쌓여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환자들이 얼마나 다시 병원을 찾고 있는지 물어보면 정확하게 답하는 병원은 많지 않습니다.


CRM 프로그램도 있고 문자 발송 기능도 있습니다.

생일 문자도 보내고, 이벤트가 있을 때 전체 문자도 발송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된 CRM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병원 CRM의 핵심은 환자 명단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어떤 환자에게 어떤 관리가 필요한가”를 찾아내고 다음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CRM을 ‘문자 보내는 프로그램’으로 생각하면 실패합니다

CRM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가 처음 병원을 알게 되고,

문의하고,

예약하고,

진료받고,

치료를 계속하고,

치료가 끝난 뒤 다시 병원을 찾는


전체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병원 CRM입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CRM이 단체문자 발송 프로그램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달 이벤트 문자 보내주세요.”

“6개월 이상 안 온 환자에게 문자 한번 돌려주세요.”


이런 방식은 고객관리가 아니라 일괄적인 판촉에 가깝습니다.

좋은 CRM은 많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순간에 연락하는 것입니다.


병원 환자 데이터는 최소 6개 그룹으로 나눠야 합니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메시지를 보내면 CRM 효율은 떨어집니다.


환자의 현재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병원 CRM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도 환자 분류입니다.


첫 번째는 문의했지만 예약하지 않은 환자입니다.

치료에 관심은 있었지만 가격, 시간, 거리, 불안감 등의 이유로 예약까지 연결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두 번째는 예약했지만 내원하지 않은 환자입니다.

이른바 노쇼 환자입니다.


이 그룹은 신규광고를 통해 다시 확보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고객과 다릅니다.

이미 병원을 선택할 의사가 있었던 환자입니다.


세 번째는 첫 진료 후 치료가 중단된 환자입니다.

추가 치료가 필요하거나 치료계획이 있었지만 다음 예약이 없는 환자입니다.


네 번째는 치료주기가 도래한 환자입니다.

검진, 피부치료, 리프팅, 보톡스, 정기검사처럼 일정한 재방문 주기가 존재하는 진료라면 가장 중요한 CRM 대상입니다.


다섯 번째는 장기 미방문 환자입니다.

과거에는 여러 번 병원을 이용했지만 최근 6개월이나 1년 이상 방문하지 않은 환자입니다.


여섯 번째는 충성도가 높은 핵심 환자입니다.

방문횟수, 진료기간, 치료 지속성 등을 기준으로 일반 환자와 다른 관계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여섯 그룹은 같은 ‘환자 DB’에 존재하지만 관리 방법은 전혀 달라야 합니다.


좋은 CRM은 ‘언제 연락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합니다

CRM에서 콘텐츠보다 중요한 것이 타이밍입니다.


예를 들어 보톡스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시술 다음 날 이벤트 문자를 보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일반적인 효과 지속기간을 고려해 다음 상담을 검토할 만한 시점에 안내하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건강검진 역시 매년 비슷한 시기에 검진을 받는 환자라면 예상 시점 이전에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치료가 여러 차례 필요한 환자가 예약 없이 중단됐다면 일정 기간 후 치료 지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병원에 다시 오세요”가 아닙니다.

환자가 병원을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기는 시점과 병원의 연락 시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CRM은 메시지를 만드는 기술보다 시간을 설계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노쇼는 예약 실패가 아니라 CRM 데이터입니다


병원에서는 노쇼를 단순히 예약을 지키지 않은 환자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경영 관점에서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어떤 진료에서 노쇼가 많은지,

신규환자와 기존환자 중 어느 쪽에서 많이 발생하는지,

예약 후 며칠이 지나면 이탈률이 높아지는지,

어떤 채널에서 들어온 환자의 노쇼가 많은지


확인해보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약일이 2주 이상 남은 환자의 노쇼가 급격히 증가한다면 예약 전 리마인드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특정 광고 이벤트에서 유입된 환자의 노쇼율이 높다면 단순히 문의량만 보고 광고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노쇼도 마케팅 비용의 손실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CRM은 예약률뿐 아니라 예약 후 실제 내원율까지 추적해야 합니다.


해피콜도 목적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병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고객관리 방법 중 하나가 해피콜입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시술 후 불편한 점 없으셨나요?”

라고 똑같이 전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CRM은 아닙니다.


치료 종류에 따라 확인해야 할 내용이 달라야 합니다.


시술 직후 상태 확인이 중요한 진료가 있고,

경과를 며칠 후 확인해야 하는 치료가 있으며,

다음 치료 일정 안내가 중요한 진료도 있습니다.


전화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있는 반면 문자나 카카오톡 안내만으로 충분한 환자도 있습니다.


직원 한 명이 하루에 30~40명에게 무작정 전화를 거는 것보다 관리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한 환자 10명에게 제대로 연락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CRM은 업무량을 늘리는 시스템이어서는 안 됩니다.

직원이 해야 할 일을 더 정확하게 결정해주는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CRM 성과는 문자 발송 건수가 아니라 숫자로 측정해야 합니다

많은 병원이 CRM 활동량은 관리하지만 결과는 제대로 측정하지 않습니다.


이번 달 문자 5천 건 발송.


해피콜 300건 완료.

휴면환자 문자 발송 완료.


이 숫자만으로는 CRM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봐야 할 것은 이후의 행동입니다.


미예약 문의환자 중 예약한 비율

노쇼환자의 재예약률

치료중단 환자의 복귀율

주기 도래 환자의 재내원율

장기 미방문 환자의 복귀율

CRM 발송 후 발생한 실제 매출


이런 숫자가 쌓이면 어떤 고객관리 활동이 효과적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면환자 1,000명에게 연락해 15명이 돌아온 것과 치료주기 도래환자 200명을 관리해 50명이 돌아온 것은 전혀 다른 성과입니다.

결국 CRM도 투자 대비 효과를 계산해야 합니다.


CRM과 광고를 분리해서 보면 안 됩니다


신규환자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 병원은 상당한 비용을 사용합니다.


검색광고,

콘텐츠,

SNS,

홈페이지,

마케팅대행비 등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비용을 들여 확보한 환자가 한 번 진료받고 사라진다면 계속 새로운 환자를 광고로 채워야 합니다.

반대로 이미 병원을 경험한 환자와 장기적인 관계가 만들어지면 신규환자 의존도는 낮아집니다.


그래서 CRM은 고객관리 부서만의 업무가 아닙니다.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이면서 동시에 다음 매출을 만드는 첫 단계입니다.


광고팀과 상담팀, 데스크, 의료진, CRM 담당자가 서로 다른 데이터를 보고 있으면 환자의 흐름이 끊어집니다.

환자 유입부터 재내원까지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해야 합니다.

다만 환자 데이터를 ‘마케팅 자산’처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병원 CRM에는 일반 기업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환자 정보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건강에 관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있으며, 민감정보를 처리할 때에는 별도의 동의 또는 법령상 근거 등이 필요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을 넘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광고성 문자나 전자적 메시지도 주의해야 합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은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면 원칙적으로 수신자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수신자가 거부하거나 동의를 철회하면 광고성 정보를 전송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사이에 광고성 정보를 보내려면 별도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규정도 있습니다.


따라서 CRM을 구축할 때는


진료 안내와 광고성 정보의 구분,

수신동의 관리,

수신거부 처리,

환자정보 접근 권한,

개인정보 이용 목적


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CRM을 잘하려다가 개인정보 관리 리스크를 만드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상황입니다.


병원 CRM의 목표는 환자를 계속 불러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CRM을 매출을 위한 반복 영업이라고 생각하면 환자는 금방 피로해집니다.


매주 할인문자를 보내고,

이벤트가 바뀔 때마다 광고 메시지를 보내고,

방문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은 채 계속 연락하면


오히려 병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고객관리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단계에 맞춰 병원이 필요한 순간에 다시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원 CRM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환자가 몇 명 있는가”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환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다음 질문은

“이 환자에게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입니다.


이 2가지 질문에 시스템이 자동으로 답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병원 CRM의 시작입니다.


MEDI KOREA

Medical Business Directing Group


[참고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공 제한

국가법령정보센터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 민감정보의 처리 제한

국가법령정보센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0조 영리목적 광고성 정보 전송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