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분명 바쁩니다.
대기실에는 환자가 있고, 직원들은 하루 종일 움직입니다. 예약 전화도 계속 들어오고 시술실 역시 비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월말 손익을 보면 이상합니다.
매출은 적지 않은데 이익이 남지 않습니다.
광고비를 더 써야 할지, 직원을 줄여야 할지, 가격을 올려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병원의 상당수는 매출 자체보다 다른 곳에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진료와 상담, 결제, 재방문까지 이어지는 경영 과정 어딘가에서 매출과 이익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경영의 병목’이라고 봅니다.
병원 경영에서 매출만 보면 문제를 놓치게 됩니다
병원 경영회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숫자는 매출입니다.
“이번 달 매출이 얼마인가.”
“지난달보다 몇 퍼센트 올랐는가.”
“어느 진료과의 매출이 줄었는가.”
물론 중요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매출은 경영 과정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왜 매출이 올랐는지, 왜 떨어졌는지를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월 매출이 동일한 두 병원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병원은 광고비가 크게 증가했고, 신규환자 의존도가 높으며, 직원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병원은 광고비 변화가 크지 않지만 기존환자의 재방문율이 높고, 상담전환율과 객단가가 안정적입니다.
표면적인 매출은 같아도 두 병원의 경영 안정성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병원을 분석할 때는 매출보다 먼저 매출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봐야 합니다.
첫 번째 병목은 ‘환자 유입’이 아니라 ‘전환’에서 발생합니다
매출이 줄면 가장 먼저 광고비를 늘리는 병원이 많습니다.
신규환자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문의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문의 100건이 들어왔는데 예약이 40건이라면 문제는 광고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예약 40건 중 실제 내원이 25건이라면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25명이 상담을 받았지만 실제 진료나 시술로 연결되는 환자가 10명이라면 그 역시 광고 문제가 아닙니다.
병원 경영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움직입니다.
광고·검색
→ 문의 → 예약 → 내원 → 상담 → 진료·시술 → 사후관리 → 재방문
각 단계에는 전환율이 존재합니다.
광고를 통해 환자를 많이 데려오는 것보다 이미 들어온 환자가 어느 단계에서 빠져나가는지를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늘리기 전에 전환율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환자는 많은데 객단가가 낮아지는 병원
또 하나의 흔한 문제는 환자 수는 유지되는데 객단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경우입니다.
특히 비급여 진료 비중이 높은 병원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저가 이벤트가 늘어나고, 할인 프로그램이 반복되면서 환자에게 병원의 정상가격보다 이벤트 가격이 기준가격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직원들의 상담이 가격 안내 중심으로 바뀌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필요한 치료를 이해하기 전에 가격부터 비교하게 됩니다.
이때 병원은 환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이벤트와 광고를 진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환자는 늘지만 이익률은 떨어지는 구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낮아진 가격 인식을 다시 올리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직원은 늘었는데 생산성은 왜 떨어질까?
병원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직원도 늘어납니다.
문제는 직원 수가 증가한다고 병원의 생산성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직원이 10명에서 15명으로 늘었는데 처리 가능한 환자 수와 매출이 거의 변하지 않는 병원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단순히 인건비가 높다고 볼 것이 아니라 조직 구조를 확인해야 합니다.
누가 예약을 관리하는지,
누가 상담을 담당하는지,
환자 대기시간은 어디서 발생하는지,
의료진의 시간이 어떤 업무에서 낭비되는지,
직원 간 역할이 중복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봐야 합니다.
병원에서 가장 비싼 자원 중 하나는 의료진의 시간입니다.
의사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 때문에 진료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면 이것 역시 경영의 병목입니다.
따라서 인건비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직원 수부터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먼저 역할과 업무 흐름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신규환자보다 더 중요한 숫자가 있습니다
신규환자 수는 모든 병원이 관심을 갖습니다.
하지만 기존환자가 얼마나 다시 방문하는지는 의외로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병원이 많습니다.
특히 비급여 중심 병원에서는 환자가 한 번 치료를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 병원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진료가 끝난 뒤 다음 치료 시점 안내가 없고, 사후관리 연락도 없으며, 장기간 방문하지 않은 환자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이미 확보한 환자를 계속 놓치게 됩니다.
그 결과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광고비를 지출해야 합니다.
신규환자 확보비용은 계속 올라가는데 기존환자의 가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병원 경영에서는 단순한 신규환자 수보다 재진율, 치료 지속률, 휴면환자 비율, 환자 생애가치(LTV)를 함께 봐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을 원장이 하고 있다면?
매출이 어느 정도 성장한 병원에서 자주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이 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입니다.
직원 채용,
마케팅,
이벤트 가격,
환자 컴플레인,
장비 도입,
광고업체 관리,
직원 교육까지 원장이 직접 판단합니다.
초기 개원 단계에서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이 방식은 병원의 성장 한계가 됩니다.
원장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인력이면서 동시에 경영자입니다.
경영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원장의 시간이 경영 업무에 계속 소모되고 결국 진료 생산성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병원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의존하던 운영을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경영진단은 ‘무엇을 더 할까’보다 ‘어디서 새고 있는가’를 찾는 일입니다
병원이 어려워지면 새로운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광고매체,
새로운 장비,
새로운 이벤트,
새로운 직원,
새로운 시술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외부 요소를 추가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재 병원의 구조 안에서 이미 확보하고 있는 환자와 매출이 어디에서 빠지고 있는가입니다.
환자는 충분한데 예약전환율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예약은 많지만 노쇼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내원환자는 충분하지만 상담전환율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시술환자는 많지만 원가가 높은 프로그램에 매출이 편중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재진환자가 많지만 체계적인 CRM이 없어 장기고객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위치를 정확히 찾으면 해결 방법도 달라집니다.
광고가 필요한 병원과 상담교육이 필요한 병원은 다릅니다.
가격전략을 바꿔야 하는 병원과 조직을 재설계해야 하는 병원도 다릅니다.
병원마다 처방이 달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병원 경영은 결국 ‘구조’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좋은 병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경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가 많다고 반드시 높은 수익성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병원 경영은 환자를 얼마나 많이 데려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입된 환자가 진료와 관계로 이어지는 전체 과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매출이 정체됐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도 그래서 달라져야 합니다.
“광고를 얼마나 더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 병원의 매출과 환자는 지금 어느 단계에서 빠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서 제대로 된 경영진단이 시작됩니다.
MEDI KOREA
Medical Business Directing Group